제주 나인몰 팬케이크하우스카페
(누구세요 촬영자시점)
당기지 않으면 들어갈수 없는 제주나인몰의 정문을 그새 또 깜빡하고 밀었다.
"앗차차"
다시 한번 겸손한 마음으로 첫번째 문을 당기고, 경쾌한 '따따라라' 하고 알림음을 내는 두번째 도어는 힘껏 밀어재꼈다.
난 준공되는 시점에 바로 비행기에 몸을 실어 김포로 왔던 터라 가시설벽체가 사라진 후 매장의 모습이 매우 궁금했었다.
'이기적인 디자인'의 부스는 1층 전체 공간과 잘 호흡하고 있을까? 걱정되었던 콩자갈과 부스 외 공간들은 부스와 친하게 지내고 있을까?
바닥에서 올라오는 경쾌한 알림음을 들으며 두번째도어를 열고 적당히 가려진 기둥을 지나면서 아주 천천히 몸을 회전시켰다.
돌아섰을때 처음 느낀점은 부스가 생각보다 크게 보이지 않아 좋아보였고, 이기적인 색채와 형태의 부스는 예상외로 공간과 잘 지내고 있었다.
어쩌면 특별할 것이 없고, 여기저기 나름의 색채를 가지고 널려있는 매장들을 오히려 정리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아무욕심없어보이는 퉁명스러운 타일을 지나 이어지는 애증의 콩자갈마당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이후로 계속 1층 여기저기 돌아댕기며 제 3자의 객관적인시각으로 그 아이를 슬며시 지속적으로 곁눈질하였다. 처음 들어섰을때 느낀 점들이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유지가 될지 궁금했던 것이다. 괜찮았다. 그리고 좋았다. 이제 자세히 뜯어보기로 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제주나인몰 팬케이크카페인테리어 현장의 이슈는 두가지가 있었는데 도장색과, 콩자갈이었다. 내가 밀어붙였던 좀더 짙은 아이보리이였으면 어땠을까? 내가 상상한데로 전체적인 매장의 톤이 어우러져 좀더 완성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촬영일날 색채에 대한 아쉬움감정을 느껴보진 못했다. 왜그럴까 생각을 해보았다. 톤이 맞지 않아 부스가 외로워보이는건 사실이었지만 오히려 대학로의 넓은 광장의 포장마차?(대학로를 몇번안가서 광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매장의 홀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매장이 더커보이는 느낌? 그리고 부스안 한참 풋풋해 보이는 크루들이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그래서 내가 대학로라 표현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 좌측에 마련된 이상하게 애매한 홀공간이 너무 '친근'했다. 지나가다 신발끈을 묶으려 잠깐 앉아도 될정도의 느낌?. 예시가 좀 애매하긴한데 그정도로 흡수력이 좋았다. 하지만 카메라의 렌즈는 냉정했다. 내가 어떻게 해서든 객관적시각으로 보려해도 그 투명한 뽈록눈깔을 따라갈 수는 없었나보다. 부스의 톤과 뒤따라온 홀가구의 톤이 비슷하긴 하지만 어느정도 차이가 있었고, 그와 흰벽이 만나면서 더욱더 가상의 벽이 생겨버렸다. 나는 도저히 촬영을 지속할 수가 없어서 그대로 카메라를 내려놓고 그냥 걸어나갔다.
"저 둘사이를 친하게 해줄 내가 지금 할수 있는 것은?"
혹시 몰라 마련해둔 붙박이 쇼파 뒤쪽에 노랑불을 가져다주면 저 콧대높은 시크함을 누를 수 있지 않을까?
어디가지? 어디가지? 장소도 정해놓지 않고 마음만 급해 계속 걷고 있었다. 다리가 아파 정신이 좀 돌아올때쯤 걸어서 갈수 있는 조명가게는 없다는 걸 알았다. "아하. 없었었지." 그리고 택시를 타고 거래했었던 업체에 방문하여 T5노랑불을 구매하여 제주팬케이크인테리어현장으로 돌아가 불을 켰다. 팬케이크 부스 살 한쪽을 떼어 숨겨놓은 느낌. 어떤느낌이었든간에 이제 확실히 홀까지 감싸안아주고 있었다. 그때부터 카메라 랜즈는 저쪽방향으로 돌아서는 걸 허락했다.
우려했던 콩자갈의 평활도는 이상하게 한번도 거슬린적이 없다. 다만 콩자갈의 크기가 좀 크고 반짝거려 차분함은 확실히 없었다. 똑같은 저 색이였더라도 크기가 좀 작았으면 어땠을까는 생각은 시공당일도 느꼈었지만 촬영일날도 똑같이 그랬다. 그래서 나는 현재 문제가 색만의 문제라고 보고싶지는 않다. 다시 정리해서 말하자면 텍스처의 선택에서 콩자갈은 OK. 색깔은 좀 아쉽. 크기도 아쉽. 아쉽다. 정말.
느낀점을 놓칠세라 계속 끄집어내면서 촬영했던 동선을 다시 되돌아갔다. 그리고 내가 느낀 감정들을 생각하며 다시 무거운 D700을 들었다.
하루쥉일 주변을 서성이며 무식하게 검고 큰 DSLR을 들고 댕기니 매장직원들도 이젠 나를 누구세요느낌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헐렁헐렁한 흰색깔 티셔츠에 갈색 앞치마를 두른 그들은 여전히 풋풋하고 보기좋아보였다. 이 곳에 있는 동안만큼은 훗날 그들 기억속 한자리에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제 늙었나보다 이런생각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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